2011년

A Wine for the Special Day -발렌타인데이 와인-

돼지여우 2011. 2. 14. 03:18

사랑을 전하는 발렌타인데이.

된장남 놀이를 즐겨 하는 한사람으로서 "발렌타인데이는 여자가 남자한테 초콜렛을 주는 그런 날이다."라는 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발렌타인데이는 역시 남자건 여자건 좋아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사랑을 빗대어 줄만한 무언가를 건내주는 그런 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옛날 한때 여자애들에게 초콜렛좀 받아봤지만 그건 진짜로 한때였나보다. 고등학교를 남자학교로 오고나서부터는 초콜렛은 커녕 발렌타인데이에 전화오는 것은 당시의 여자친구뿐. 그렇다고 그날 초콜렛을 받기는 인서울을 목표로 공부시키는 지방 사립고등학교를 다니는 나로서는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2월 14일은 방학이긴 하나 학교에서는 우리 불쌍한 학생들을 잡아놓고 텔레비젼 뜨거워지도록 EBS 보여줄 뿐이고, 조용히 감독하는 선생님의 눈을 피해 총알택시 잡아타고 007작전하듯이 몰래 갔다온 여자친구 학교에서 초콜렛만 받아오는 뚝심을 보였던 나로선 솔찍히 그날은 초콜렛을 받았다는 기억보다는 선생님 눈을 피해 작전을 수행하던 기억밖에 없다.


대학 갓 들어갔던 신입생땐 그래도 초콜렛을 받았었다. 우정의 초콜렛. 아마 240명이 동시에 받았을 거다. 약 30명의 여자들에게. 아! 군대에서도 받았었다. 우리 자랑스런 행보관님께서 불쌍한 장병들에게 하나씩 돌렸던 ABC 초콜렛 하나. 그땐 달콤쌉싸름한 초콜렛이 어찌나 땡기던지, 참이슬 한박스보다 ABC 초콜렛 하나가 더 받고 싶은 마음이 사실이었다.

여친은 아직 없다. 돌씽이라고 하기엔 돌싱으로 보내온 날들이 너무나 길었다. 올 발렌타인데이에는 나의 마음을 전해줄 기적이 생길지 의심의 눈초리를 나 자신에게 보내면서 발렌타인데이 와인을 포스팅 해보려 한다 

 

 정말 오랜만에 와인글을 쓰다보니 서론이 A4 한장은 나오는 것 같다. 심히 미안하다.

 

null1. 샤또 깔롱 세귀르

발렌타인데이 와인을 얘기하는데 이 "샤또 깔롱 세귀르" 빼 놓을수 없다고 생각된다. 네임벨류나 값이나 별반 차이 없을 정도로 비싸기 때문에 나는 아직 입에도 대 본 적 없다. 신의물방울 만화책 보고 꿈속에서나 한번 맛봤다. 그것도 발렌타인데이와인을 혼자서 마시는 그런 악몽속에서 마셔봤다면 마셔봤다고 해야할려나.
이 와인이 발렌타인데이 와인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딱 두가지라 생각된다. 첫번째로 와인 라벨에서 보이는 완벽한 좌우대칭의 하트. 두번째로는 와인이 열렸을때 느낄수 있는 강한 초콜렛 아로마. 이 두가지가 샤또 깔롱 세귀르를 발렌타인데이 넘버원 와인으로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벨류 있는 와인인데다가 가격까지 너무나도 착하게 비싸주시니 이런 것을 보고 나는 얘기하고 싶다. "by the 된장남, for the 된장남, of the 된장남"

된장남 놀이를 즐겨하는 되다 못한 된장남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와인 만으로도 여심을 흔들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렌타인데이에 샤또 깔롱 세귀르를 빛에 비추며 스왈링해 주고, 이 와인의 초콜렛 아로마와 하트그림이 그려진 라벨에 대해 여친에게 가볍게 설명해줄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와인의 가격을 넌지시 띄워주며 "사랑해" 한마디면 여친과 함께 다음날 약속은 비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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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베린져 화이트 진판델

첫번째 와인은 비싼 와인이었다. 이번엔 온국민의 로제와인. 베린져 화이트 진판델을 소개하겠다. 돈없는 불쌍한 중생들에겐 이 두번째 와인만한 것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발렌타인데이까지 모아놓은 돈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딱히 뭔가를 기대하고 바라고 꿈꾸고 있을 불쌍한 여친을 위해서 뭔가 이벤트를 준비 한 것도 없다면 조용히 이 와인 하나 사들고 여자친구를 찾아가라. 여자친구 집앞 놀이터에서 와인잔을 부딛히며 얇은 잔의 공명이 만들어내는 맑은 소리를 벗삼아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주는 것도 잊지 못할 기억이 될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와인을 마실땐 와인의 색을 비추어 볼 수 있는 그런 가로등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베린져 화이트 진판델은 와인의 색이 로제와인의 정석대로 약간 붉으스름한 빛을 띈다. 몇몇 색에 대한 문외한들은 이 색을 보고 핑크색이라고 한다. 내가 초등학교때 봤던 동아크래파스의 핑크색도 이런 색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무튼 베린져 화이트 진판델은 사랑의 색이라는 핑크빛을 띄는 로맨틱한 와인이라는 것.
가난한 커플들에게 특별한 한잔을 위해선 이 와인이 최고라 생각한다.

스파클링도 좋다. 하지만 CO2 기포가 주는 목구멍의 아픔을 느끼기엔 돈없는 부르주아에겐 "걍" 베린져 화이트 진판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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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프리모바치오 모스카토 다스티


조마조마 마음 졸이며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과 사귀자는 말을 한 당신. 당신의 작업이 성공했다면 식사의 마지막으로 이 와인을 마셔라. 작업성공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혼자 마시라는 것이 아니다. 둘이 마셔라.
시작하는 연인들 사이에는 '첫키스까지는 3일'이다라는 고리타분한 정석이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때 열심히 공부하고 싶었던 홍성대씨의 '수학정석'을 생각해 보라. 끝까지 본 적이 몇번이나 되는가. 항상 맨 처음에 있는 집합만 수백번 반복할 뿐이지 않았는가.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앞부분에 집착했던 자들이 아니었다. 누가 먼저 끝까지 보는가! 그것만이 승리로 가기 위한 단한가지 길인것이다.
오늘은 발렌타인데이이다. 첫키스=3일째라는 정석은 가져다 버려라. 성공을 축하하며 프리모바치오를 마시는 당신은 바로 첫키스로 가야만 한다. 둘이 마시는 술의 의미가 바로 첫키스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입술을 훔쳐라. 와인의 맛이 진짜 첫키스와 같은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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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로스바스코스


이 와인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미식가라고 하는 무라카미류의 표현이 불쑥 튀어나온다. 글재주가 없는 나로썬 이렇게 좋은 문구를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바로 긁어서 붙이는 기지를 발휘한 나.
무라카미류는 자신의 단편집에서 "로스바스코스(Los vascos)"를 이렇게 표현했다. "관능적인 무용수의 허리선과 매혹적인 엉덩이". 그리고 "강하고, 어딘가 슬픈 와인". 사랑에는 항상 핑크밋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발렌타인데이에 서로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커플이 평소보다 더욱 많다고 한다. 슬픔을 날리는 데는 이름부터 '슬픔이어 안녕'이라는 뜻의 "샤또 샤스 스플린"이 있겠지만 라벨에 써 있는 명사의 멋진 글을 읽으며 슬픔을 떠나보내기보다는 "로스바스코스" 한잔이 더욱 좋을 것 같다. 무라카미류가 말했듯이 샤또 샤스 스플린에서는 느낄수 없는 관능과 매혹이 있기 때문이다. 발렌타인데이에 갈라서게 된 커플들은 이 와인을 꼭 마시자. 로스 바스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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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Bava Rosetta Malvasia (바바로제타)

진정 추천하는 와인이다. 바바로제타는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할 때 정말 좋은 와인이다. 게다가 가격까지 정말 착하다. 평소 대형 할인마트에서 2만원 중반의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세일가로 2만원 이하의 가격이 나오면 내년 발렌타인데이를 위해 미리 질러놔도 좋다.

와인의 이름처럼 장미같은 와인이다.(레이블에도 장미 일러스트가 아름답게 장식되어있다. ) 약한 스파클링과 아름다운 핑크루비색의 와인은 잔 속에서 아름다운 기포를 그리며 로맨틱하면서 정렬적인 야생장미의 향을 풍긴다. 스파클링계열인 만큼 차게해서 마셔야 한다. 따뜻할 때 마시면 어릴 때 먹던 달콤한 감기약같은 맛과 향에 작업은 커녕 와인 다 버려버릴 수도 있다. 미리미리 차게 식혀둘것.!! 5.5%라는 맥주정도의 알코올 함량에 로맨틱한 분위기의 이 와인은 여자라면 누구나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낮은 도수와 달콤한 맛과 향 때문에 홀짝홀짝 마시다보면 어느 순간 훅~ 갈수도 있다는 사실 잊지 말자. 작업주로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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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Bosio Moscato d'Asti (보씨오 모스카토 다스티)

4만원대의 와인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바로 보씨오 모스카토 다스티이다. 아직 현대백화점에서 특가행사로 18500원에 구입할 수 있는 행사가 끝나지 않았다면 한병이 아니라 두세병 사놓을 수 있을 때 사 두는 것도 좋다. 로멘틱한 것도 좋다. 하지만 로멘틱 이전에 너무나 맛있다. 여친의 손보다 와인잔에 더 눈이 간다. 남친의 입술보다 와인잔에 키스하고 싶어진다. 정말 진정으로 맛있는 와인이다.


모스카토 품종은 맛있다. 아무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누구랑 마셔도 OK다. 하지만 너무나 대중화 되어있기에 약간은 싼티난다고 생각될 수 도 있다. 하지만 이 보씨오 모스카토 다스티는 모스카토 품종이 싸구려틱 한 맛의 품종이 아닌 고급스러운 품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누구랑 마셔도 아깝지 않다!

 

이 와인들 중에 가장 추천할 만한 와인은 단연 5번 "바바로제타 말바시아"와  6번 "보씨오모스카토다스티"이다. 궂이 발렌타인데이가 아니어도 좋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분들과 언제든지 마실 수 있는 좋은 와인들이다.  평소 소주와 맥주에 단련되어있던 위도 가끔 포도로 만든 술이 들어가길 원한다. 지갑을 열고 한병 접해보면 와인이 가진 마력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TIP!

발렌타인데이와 같이 사랑을 논하고 싶을때, 또는 격식없이 가볍게 맛이는 음료수처럼 와인을 마시고 싶을 때의 와인을 고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무조건 Malvasia(말바시아), Moscato(모스카토), Brachetto(브라케토) 품종만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 달콤한 로멘틱이라는 키워드로는 이 세가지 포도품종을 따를 것이 없을 것이다. 괜히 어려운 카베르네쇼비뇽이나 말벡 골랐다가 마시면서 이게 뭐야 하는 것보다 이 세가지 품종을 기억하는 것이 훨씬 좋다. 


어느 레스토랑에 가서도 와인주문을 리드할 수 있다. 앞에 있는 여인과 남정내에게 멋진 된장남 된장녀의 모습을 한껏 어필해 보자. "여기 말바시아나 모스카토품종의 와인은 없나요? 브라케토 품종은 어떤게 있나요?" 라고 한번 말해보자.


와인 어렵지 않다